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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된 공항

폐쇄된 한국 소규모 공항들의 마지막 항공편 기록 정리

폐쇄된 한국 소규모 공항들의 마지막 항공편 기록 정리

 

 

1. 지도에서 사라진 활주로, 기억 속에서 복원하다

대한민국의 하늘길은 지금처럼 거대한 국제공항 위주로만 구성되지 않았다.
과거에는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소규모 공항들이 실제로 운영되었고, 이들 공항은 지방 교통의 한 축을 담당했다.
1990년대까지 국내에는 여러 개의 소규모 민항 공항이 존재했으며, 주로 김포와 지방을 연결하는 단거리 노선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사회 전반의 변화와 교통 체계의 재편, 항공사들의 노선 전략 변화 등 복합적인 이유로 이들 공항은 점차 그 기능을 잃어갔다.
지금은 폐쇄된 상태로 남아 있는 소규모 공항들 속에는 지역 공동체의 기억, 항공 산업의 변화, 그리고 잊힌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글에서는 군산, 포항, 원주 등 대표적인 폐쇄 공항들을 중심으로 마지막 항공편 기록을 복원하고, 이용자 통계 및 주민들의 기억을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재조명한다.

 

폐쇄된 한국 소규모 공항들의 마지막 항공편 기록 정리


2. 공항은 왜 사라졌는가?

소규모 공항들의 폐쇄에는 하나의 원인만 존재한 것이 아니다.
우선, 고속도로망의 확충과 고속철도(KTX)의 등장으로 지방 간 이동 시간이 대폭 줄어들면서 항공 수요 자체가 감소했다.
예전에는 포항에서 서울까지 가는 데 5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KTX가 개통되면서 육상 교통 수단이 항공을 대체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승객 수는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또한 항공사 입장에서도 낮은 탑승률과 높은 운영비용은 수익 구조에 악영향을 미쳤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정기 노선 운영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점차 철수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공항의 역할은 축소되었다.
정부 또한 항공 산업의 효율화 정책을 추진하며 지방 공항보다는 대형 공항 중심의 체계를 정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소규모 공항은 점차 기능을 상실했고, 폐쇄 혹은 군용 전환이라는 결정을 맞이하게 되었다.


3. 폐쇄된 주요 공항의 마지막 항공편은 어디로 향했을까?

한국에는 여러 개의 소규모 공항이 존재했지만,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폐쇄 공항 세 곳은 군산공항, 포항공항, 원주공항이다.
각 공항의 마지막 항공편 기록을 살펴보면, 해당 공항이 어떤 과정을 거쳐 폐쇄되었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다.

군산공항은 1992년부터 아시아나항공이 김포와 군산을 연결하는 노선을 운항했다.
최대 주 21편까지 운영되었으며, 연간 이용객 수는 20만 명 이상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1년 이후 수요 감소로 인해 항공편이 점차 줄어들었고, 결국 민항은 완전히 철수되었다.
이후 공항은 군 전용으로 전환되어 현재는 공군기지로 운영되고 있다.

포항공항은 김포~포항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되었으며, 주로 출장 수요에 의해 유지되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연간 18만 명 이상의 승객이 이용했지만, 고속도로 확장과 철도 교통 개선으로 인해 항공편의 경쟁력이 급감했다.
2004년, 대한항공은 마지막 정기편을 운항한 후 철수했고, 이후 민간 항공은 운영되지 않았다.
현재 포항공항은 군 훈련장 및 공공 항공 훈련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원주공항은 1980년대 말부터 김포~원주 노선을 운항했지만, 비교적 짧은 기간만 민항으로 이용되었다.
2000년대 초반 정기 노선이 종료되었고, 공항은 현재 공군 제8전투비행단 소속의 군 공항으로 전환되었다.
민간인의 접근은 제한되며, 여객터미널도 폐쇄 상태다.

이 외에도 강릉, 사천, 동해 등 지역에 소규모 공항이 존재했으나, 대부분 정기 노선이 짧게 운영되었고, 일부는 단 한 해만 운항된 경우도 있다.


4. 공항 이용자들은 얼마나 있었을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소규모 공항이라고 하면 이용객 수가 적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통계를 살펴보면 예상보다 많은 승객이 존재했다.
군산공항은 1999년 기준 연간 25만 명 이상의 승객이 이용했으며, 김포행 정기편은 평균 탑승률 75% 이상을 유지했다.
포항공항도 1995년을 전후해 연간 18만 명 이상이 이용했고, 일부 기간에는 증편 요청이 들어올 정도였다.
원주공항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운영되었지만, 초기에는 승객 수요가 기대 이상으로 많았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 교통망이 빠르게 재편되면서 이러한 수치는 급격히 하락했다.
군산공항은 2001년 승객 수가 5만 명 이하로 떨어졌고, 포항공항도 유사한 수치를 기록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웠고, 이로 인해 정기 노선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다.
이용자 통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공항이 한 지역에서 얼마나 중요한 기반 시설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5. 지역 주민들의 생생한 기억

공항이 사라졌다고 해서 사람들의 기억까지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과거 소규모 공항을 이용했던 지역 주민들은 아직도 그 시절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포항 시민 A씨는 출장길에 자주 비행기를 이용했는데, 김포까지 가는 시간이 단 50분밖에 걸리지 않아 매우 효율적이었다고 회상한다.
군산 시민 B씨는 중학교 시절,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말했다.
“작은 공항이었지만, 활주로 끝에서 아버지를 기다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라는 말은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실제 지역 교통 문화의 한 부분이었음을 입증하는 증언이다.
원주 시민 C씨는 지금도 활주로 자리에 앉아 과거를 떠올릴 때가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기억은 문서화된 통계와는 다른, 더 깊은 인간적인 연결을 형성한다.
그리고 바로 이런 기억 기반의 기록이 진짜 가치 있는 콘텐츠가 된다.


6. 지금 그 땅은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폐쇄된 공항 부지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군산공항은 군 공항으로 전환되었고, 민간인의 접근은 제한된다.
이전 여객터미널과 탑승동은 철거되었으며, 지금은 비행 훈련 및 군 작전용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포항공항 역시 군사 훈련용 비행장으로 사용 중이며, 일부 구역은 소방항공대 훈련장으로 쓰인다.
원주공항은 공군 전용 시설로 완전히 기능을 전환하였고, 일반인의 접근은 금지되어 있다.
다만 위성지도를 통해 살펴보면 여전히 활주로 형태가 보이며, 지역민들은 그 공간을 “한때 하늘길이 열린 곳”으로 기억하고 있다.
어떤 곳은 물류창고 부지로 활용되거나 산업단지 개발 예정지로 전환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는 아무런 개발 없이 방치되어 있는 경우도 있으며, 이는 공공 자산의 효율적 활용에 대한 문제도 함께 제기하고 있다.


7. 기록의 가치

이러한 공항들의 마지막 기록을 복원하는 작업은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다.
기록되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이 기억이고, 경험이며, 공동체의 역사다.
소규모 공항은 단순한 교통 수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곳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첫 비행의 기억이고, 또 어떤 이들에게는 먼 가족을 만나기 위한 유일한 통로였으며, 지역 경제의 흐름을 구성했던 실질적 인프라였다.
지금 우리가 이 기록을 남기는 이유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경험한 삶의 흔적을 데이터로 복원하는 과정이다.